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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출장 수리 사기 당했습니다.

램 빼돌리기 수법 위임장 한장으로 돌려받았습니다

당사자와 익명 처리 조건으로 게시글 올려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작성합니다.

제 소개만 간략하게 드리면 저는 특정 기업에 전산실 내에서 상주하며 PC 유지보수로 근무 중에 있습니다.
다만, 제가 근무하는 회사나 상세한 정보는
공익적인, 객관적 판단의 성격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사적인 일에, 기업을 대표하는 듯한 뉘양스도 지양 하기 위함입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리며, 글의 취지와 목적에 집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체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지인(A씨)이 주말에 게임을 하는 중 '퍽' 소리와 함께 PC가 켜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같은 멀티탭에 연결된 모니터는 전원이 들어오는데 신호 없음, PC는 버튼을 눌러도 무반응.

누가 봐도 파워가 나간 증상이라,
당시 같이 게임을 하던 지인들이 파워 교체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 준 걸로 압니다.

A씨는 컴퓨터 지식이 없진 않았으나,
직장이 주말도 출근하는 업종이라 결국 동네 수리점 기사(24시 출장 서비스였다네요)를 호출하기로 합니다.

다음날 기사에게 고장 증세와 파워가 나간 것 같으니 점검 부탁드린다고 하고,
현장에서도 "파워 나간 게 맞다, 직접 들고 가서 수리 후 전달해 드리겠다."고 했답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A씨가 "얼마나 걸릴까요?"라고 물으니,

"파워가 나가서 다른 제품으로 교체했다."

"메인보드도 수리해야겠다."

"램도 쇼트로 고장이 나서 자체 폐기했습니다."

"공임비, 수리 비용, 부품값 합쳐서 464,000원입니다."

라는 대답이 왔다고 합니다.

※ 참고로 요즘 대란인 DDR5 16GB 메모리입니다.

A씨도
'공임비가 과한 것 같다',
'램은 왜 자체 폐기하지?' 의문점을 가지면서도, 굳이 따지진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2일이 지난 뒤 저에게도 당시 같이 게임했던 지인B를 통해
A씨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전 듣자마자 '아, 이거 뒤가 상당히 구린데?' 싶었습니다.
결국 A씨에게 직접 연락해서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Q: "너 수리 보내기 전에 시리얼 넘버 남겼냐?"

A: "아니."

Q: "구매 이력은?"

A: "중고의 중고로 구매한 거라 없어."

Q: "그럼 지금 램 하나만 쓰고 있네? 새로 샀어?"

A: "ㅇㅇ 새로 샀고, 램 두 개 중에 하나만 쓰는 중."

Q: "그럼 부품 교체할 때, 폐기할 때 사전 고지 받았는지, 견적서나 공임 비용 청구서 같은 거 받았냐?"

A: "아니, 폐기도 비용도 전부 구두 통보식이었다."

저는 따져 주겠다고 상황을 정리하면서부터 아찔했습니다.
 A씨도 설마설마했겠죠.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상대가 가져갔다는 증빙을 할 만한 자료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럼 남은 수단은 하나,

그냥 동네 지인이 따지는 식으로 가지 말고,
후속 절차 진행할 수 있게 위임장 쓰고,
대리인 자격 질의 법적 근거 명시하고,
폐기 이력, 공임비 산출 근거, 폐기 사유, 부품 구매 이력 같은 소명 자료를
기사 쪽에 직접 달라고 해보는 수밖에...

라고 생각하면서 먹힐 거라는 기대도 안 했습니다.

아래 위임장 양식에 맞게 작성하고 서명한 뒤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퀘이사존

퀘이사존




안녕하세요.

본 건은 위임인의 적법한 위임에 따라 민법 제114조 이하의 규정에 근거하여 대리인 자격으로 공식 질의하는 사항이며, 위임장을 첨부합니다.

20OO년 OO월 OO일 (A씨 주소지)에서 A씨 명의로 방문 점검 후 입고된 PC 수리 건과 관련하여, 사전 서면 견적 없이 구두로 진행된 점을 고려할 때, 작업 내용, 부품 교체의 필요성 및 공임 산정의 적정성에 대한 객관적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아래 사항에 대하여 증빙 가능한 자료를 포함한 서면 회신을 요청드립니다.


1. 작업 이력 전부

- 입고 당시 확인된 증상

- 1차 점검 항목 및 진단 결과

- 파워 교체 판단 근거

- 메인보드 수리의 구체적 수리 부위 및 작업 방식

- RAM 고장 판단 근거

- 내부 점검 항목 전체

- 작업 진행 순서

- 총 작업 소요 시간

2. 공임 464,000 (금 사십육만사천원)산정 근거

- 항목별 비용 구성

- 시간 기준 단가

- 수리 공정별 세부 산출 근거

- 추가 비용 발생 사유

3. 진단 및 기술적 증빙 자료

- 쇼트 발생 부위 사진

- 손상 부위 사진

- 전압·저항 측정 기록

- 교체 전·후 테스트 결과

- RAM 불량 판정 테스트 방식 및 결과 자료

4. 교체 부품 관련 자료 (수리에 사용된 모든 부품에 대하여 다음 자료를 요청합니다.)

- 부품명 및 모델명

- 제조사

- 정격 스펙

- 수량

- 구매처

- 구매일자

- 구매 가격

- 세금계산서 또는 영수증 사본

- 신품 여부 확인 자료 (박스, 시리얼, 보증등록 여부 등)


중고품을 사용한 경우에는:

- 중고 사용 사실 고지 여부

- 사용 이력

- 기존 사용 기간

- 중고 거래 내역 증빙 (혹은 폐기품목 입고일)

- 해당 부품 상태 설명

5. 기존 고장 부품 처리 관련

- 현재 보관 여부

- 폐기 여부 및 폐기 시점

- 폐기 결정 경위

- 사전 고지 또는 동의 여부

- 관련 내부 규정 존재 여부


고장 부품은 위임인의 소유 재산에 해당하므로, 동의 없이 처분된 경우 민사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위 사항에 대하여 본 통지 수령일로부터 5일 이내 서면 회신을 요청드립니다.

기한 내 합리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공임 반환 청구 및 손해배상을 포함한 법적 절차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회신은 "대리인 이메일"로 서면 또는 전자문서 형태로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메시지가 전송되고 나서 10분 내로 전화가 오더군요.
저는 업무 중이었어서 거절 후 메시지를 다시 보냈습니다.

"현재 업무 중으로 통화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요청드린 사항에 대해 서면으로 회신해 주시면 검토 후 답변드리겠습니다. 본 건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절차이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 후 "오해였다", "설명이 필요하다", "말씀드릴 게 있다"라는 말만 반복되면서
통화 시도가 이어졌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업무 중이며, 서면으로 답변 주시면 그 후 판단하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컴퓨터 관련 업종에서 근무하고 있어 기술적·공정적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려는 것이며, 특정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한쪽 편을 들겠다는 의도 또한 전혀 없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전송하니 2통 정도 더 오더니 더 이상 제 쪽으로는 연락이 안 왔습니다.


퀘이사존



이때부터는 기사가 당사자 A씨에게 부재중 11통을 남기며 "제발 전화 좀 받아달라,
얼굴 붉히려는 의도가 아니며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합니다.

제가 이미 A씨에게는 기사가 연락하거든 "대리인과 연락해 달라"며 메시지 남기고 답변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A씨는 제가 당부한 말을 잘 따라와 주더군요.

그래도 지속되는 연락에 "왜  폐기할 때 동의 구하지 않고 폐기하셨냐?
메인보드 멀쩡한데 램 하나만 나가는 게 말이 되느냐?" 정도만 남기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기사에게서 기적 같은 말이 나옵니다.

"맞습니다. 그거 설명해 드리려고 전화드린 거였어요.
램은 제 실수인데 그거 때문입니다. 찾았고 확인했습니다.
통화 부탁드립니다!! 정말입니다.
 다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연락드리는 겁니다. 얼굴 붉히고 그럴 일 없게 하겠습니다."

폐기했다던, 고장 났다던 메모리가 살아서 돌아온 겁니다 ㅋㅋㅋ...
여기서부터 어이가 없었습니다. 진짜 설마설마했던 게 적중했으니까요.


퀘이사존



그 후 A씨는 주문시켰던 램을 환불하고,
퇴근 후 귀가하는 중에 집 앞에서 대기 중인 기사와 만났답니다.
한 손에는 빼갔던 램을 들고서요. ㅎ...

그리고 기사가 하는 말이,

"왜 이리 전화 안 받으시냐, 돌려드리려고 연락드렸는데 안 받으셔서 2시간 기다리고 서 있었다."

"사실 본인이 쓰려고 빼간 거 맞았었다. 더 나쁜 맘 먹었으면 그래픽카드나 다른 고가 제품 훔쳤을 거다."

말하면서, 빼갔던 램을 달아주고 정상 동작하는 것까지 보여줬다 하네요. ㅋㅋ;;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대리인 뭐 하는 사람이냐?"라는 질문까지 했답니다.
친구는 농담으로 "50만 원짜리 변호인"이라 대답하니

기사가

"뭐 하러 그렇게까지 하셨냐... 그냥 전화 주면 해결해 줬을 텐데."

라는 대답했답니다. ㅎㅎ;;
후에,

"오늘 출장비 무료로 하겠습니다. 너그럽게 배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도움 필요한 일 생기시면 무료 출장으로 달려갈 테니 불러주세요.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이게 마지막 메세지였구요.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됩니다.

A씨에게 제가 46만 원 가량의 공임비도 따지라고 했었는데, A씨는 거기까지 하고 싶진 않답니다.
시간 여유도 없고 램 들고 집 앞에 서 있는 거부터 소름 돋았었다고,
램만 돌려받았으면 됐다고, 고맙다고 조만간 밥 한번 사겠다고 하네요.

오지랖이겠지만, 관련 직종에 있는 입장에선
듣자마자 화밖에 안 나더군요.
전문가분들이 많은 곳이니 대처 잘하실 거라 믿지만,

PC 수리 맡길 때는
꼭 제품 정보, 시리얼 정보, 구매 이력 같은 거 확보하고,
부품 폐기나 교체하겠다고 하면 시간 걸리더라도 견적서 달라고, 동의 받고 해달라 해야겠습니다.

https://quasarzone.com/bbs/qb_free/views/8843492
퀘이사존에서 다양한 분들의 반응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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